학교소개

오름학교 제2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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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    장:  이승태 (여행가, 여행작가)
    주    제:  서부 제주의 탁 트인 풍광! 내 가슴을 뻥 뚫어준다
    기    간:   2018년 1월 26일~27일(금,토)
    참가비:  23만원(항공편 또는 배편 교통비는 불포함)

강의계획

서부 제주의 탁 트인 풍광! 내 가슴을 뻥 뚫어준다
2018년 1월 오름학교 <안덕의 오름> 특집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가 제1강 <애월의 오름>에 이어 2018년 1월 제2강 <안덕의 오름> 특집을 준비합니다. 제주도 서남방 안덕의 정물오름, 당오름, 감낭오름, 원물오름, 바굼지오름과 산방산을 탐방합니다.

 

집합장소인 제주공항행 항공편 예약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기사를 일찍 올립니다. 예약을 빨리 하면 보다 많은 혜택과 편의를 볼 수 있습니다.

 


▲원물오름 정상에서 본 산방산. 서부 제주의 시야가 탁 트이는, 아무데나 주저앉아 온 종일이라도 취하고 싶은 풍광이다. Ⓒ이승태

 

미술평론가 유홍준 선생은 제주도를 다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곱 번째 책에서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는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의 말을 빌려 제주에서의 오름의 소중함을 설명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당오름 남쪽 사면의 오름 자락 너머로 돌오름(439.6m)과 남송악(339m)이 겹쳐 보인다.Ⓒ이승태

 

지난 11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이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를 개교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작가이며 제주오름 전문가인 이승태 선생님. 오름학교는 앞으로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당오름 남쪽 사면에 빼곡하게 들어선 무덤들. 산담(무덤의 돌담) 때문에 독특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정물오름에서 보는 제주도. 하도 시원스럽고 아름다워 매트리스를 깔고 아예 자리를 잡아 한참을 보다가 내려왔다. Ⓒ이승태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정물오름에서 본 한라산. 눈에 덮인 영실 뒤로 백록담 화구벽이 솟았다.Ⓒ이승태

 

오름학교 제2강은 <안덕의 오름 특집>입니다. 제주시 서남방 안덕면에 위치한 정물오름, 당오름, 감낭오름, 원물오름, 바굼지오름과 산방산을 찾아갑니다.

 

다시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주 서부를 대표하는 두 오름
-당오름과 정물오름

 

제주 관광지도를 펼치면 붉고 굵은 글씨의 관광명소들 이름 사이로 깨알처럼 작게 표시된 수없이 많은 오름이 제주의 배경무늬처럼 곳곳에 깔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 이름들을 짚어보노라면 ‘거문오름’ ‘영아리오름’ 등 몇몇 오름은 여러 곳에서 중복되어 나타남을 알 수 있으며, ‘당오름’은 무려 네 곳에서 확인된다. 이는 모두 ‘당(堂)’이 있던 오름이어서 붙은 이름으로, 대부분의 오름이 민간 신앙체로 통하던 옛 시절의 흔적들이다.

 


▲산록도로에서 본 당오름(왼쪽)과 정물오름. 맨 뒤에 겹쳐 보이는 것은 금오름이다.Ⓒ이승태

당집이 있어서 이름 붙은 당오름


안덕면 동광리의 당오름도 예로부터 무당과 주민들이 찾아 축원을 드리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당 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서쪽의 정물오름과 기슭을 맞대고 나란히 솟은 당오름은 거리상으로는 지척에서 아주 정다운 듯 보이지만 형태는 둘이 서로 등을 돌리고 앉은 모양새다. 정상부에 원형의 굼부리를 가진 당오름은 남동쪽 서귀포를 향해, 말발굽형인 정물오름은 반대로 한림항을 향해 굼부리를 열어놓았다. 그래서일까,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두 오름 사이로 시 경계가 지나 당오름은 서귀포시에, 정물오름은 제주시에 속해 있다.

 

평화로와 제2산록도로(1115번)가 만나는 광평교에서 산록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9km 간 곳에서 왼쪽으로 푸른 지붕의 건물이 보인다. 정물오름과 당오름 사이에 있는 비료회사로, 승용차 몇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이곳 입구가 당오름 들머리로 애용된다. 왼쪽의 밭 사이로 난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1km 남짓 간 곳에서 오른쪽으로 ‘경주김씨 득중공 후손 묘역’을 만난다. 묘역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당오름까지 이어진 초지대가 시원스럽다. 당오름 동쪽 사면에 붙어 나타나는 이 봉우리들은 모두 다섯 개로, 떡 찌는 시루를 엎어둔 것 같다 해서 ‘시루오봉[甑五峰]’이라 불린다. 시루오봉의 양지바른 곳은 산담을 두른 무덤으로 빼곡하다.

초지대를 따라 20여 분이면 화구벽 꼭대기에 닿는다. 굼부리 안쪽은 일제강점기 말에 있었던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진지를 구축한 곳으로, 몇 군데의 돌무더기가 남아 있고 화구벽 허리께에도 그들이 파놓은 다섯 곳의 동굴진지 입구가 드러나 있다.

 

나무가 자라지 않는 굼부리 둘레 어디서든 한라산이 잘 보인다. 그러나 당오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풍광은 남쪽의 산방산이다. 제주 서남쪽 대부분의 오름에서 약방의 감초같이 빠지지 않고 조망되는 산방산은 그 독특한 형태로 인해 깊은 인상을 준다. 들머리에서 출발해 시루오봉을 거쳐 굼부리를 한 바퀴 돌아오는 거리는 4km 남짓으로 2시간이면 넉넉하다.

 

이시돌목장에 솟은 정물오름
이시돌목장을 굽어보며 솟은 정물오름은 ‘정물’이라는 샘이 있어 이름 붙었다. 제주에서, 특히 중산간 지역에서 샘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다우지역인 제주지만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만 하는 곳이어서 자연 상태의 샘물이 가장 귀한 곳 또한 제주다. 그래 자연 샘이 두 곳이나 있었던 정물오름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곳이었다.

 

당오름 입구에서 산록도로를 따라 이시돌목장 쪽으로 1km쯤 가면 왼쪽으로 정물오름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200m 남짓 들어선 곳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바로 옆에 ‘안경샘’이라고도 불리는 두 곳의 샘이 보인다. 옛날 일대 주민들이 매일 몇 시간씩 걸어와 물을 길어가던 정물샘이다.

 

북서쪽으로 두 팔을 벌린 듯 굼부리가 트인 정물오름은 유턴을 하듯 탐방로가 나 있다. 완만한 지형의 굼부리 품 안으로 산담을 두른 여러 기의 무덤이 보이고, 정상 너머 남록엔 소나무가 빼곡하다. 탐방로는 정물샘에서 양쪽으로 갈리는데, 길이 완만하고 한라산과 일대 조망이 좋은 왼쪽으로 오르는 게 좋다. 오른쪽은 계단이 많다.

 

정물오름 정상에 서면 당오름과 마찬가지로 한라산 백록담부터 수월봉에 이르는 제주 서쪽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정물오름과 이웃한 이달오름과 새별오름, 원물오름, 조근대비악, 돌오름, 남송악, 금오름이 사방으로 펼쳐진 가운데 탁 트인 서쪽 제주의 풍광이 가슴 속 모든 답답함을 한방에 뚫어주는 듯 시원스럽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정물오름을 한 바퀴 돌아내리는 탐방로는 1.3km로 40분쯤 걸린다.

 


▲광평리에서 본 원물오름. 삼나무가 짙은 숲을 이룬 곳이 감낭오름이다.Ⓒ이승태

 

척박했던 안덕땅의 오아시스

-감낭오름과 원물오름

 

제주 동쪽에서는 오름이 많아 연이어지거나 뭍에서 보는 켜켜이 겹친 산 같은 풍광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서쪽은 오름이 드물어 독립된 하나의 산처럼 뚝뚝 떨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그 모습이 당당하며, 오름에서의 사방 조망도 더 시원스럽다. 안덕면 동광육거리에 인접한 원물오름이 딱 그렇다.

 

완만한 초지대를 따라 정상까지 2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이 오름은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 때문에 서부 제주의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물오름 사면을 오르고 있는 오름꾼들Ⓒ이승태

 

물이 귀했던 제주
제주도는 연평균 강수량이 2000mm 내외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러나 제주 중산간 지역은 늘 물이 귀하다. 제주 지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구멍 많은 현무암이 그 많은 물을 순식간에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낫 씻을 때 물 하영 쓰민 저승 강 그 물 다 먹어사 한다(얼굴 씻을 때 물 많이 쓰면 저승 가서 그 물 다 먹어야 한다)”며 늘 물 아낄 것을 강조했다. 오죽했으면 ‘물항아리 비는 집 빨리 망한다’는 속담까지 있었을까.

 

이렇듯 물이 귀하다 보니 예부터 샘이나 물웅덩이가 있는 곳은 아예 지명에 정보를 담아 “여기 물 있소”라며 만천하에 알렸다. 오름 중에 ‘물영아리’ ‘물찻오름’ ‘동수악’ ‘물장오리’ ‘정물오름’ 등이 그 좋은 예며, ‘원물오름’(원수악, 459m)도 그렇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북쪽에 솟은 원물오름은 제주도 하이웨이로 통하는 평화로 옆에 우두커니 서 있다. 오름 이름은 오름 남쪽 기슭의 ‘원물’이라는 샘에서 유래했다. 이 샘이 ‘원물’이라는 이름을 얻은 데는 몇 가지 재미있는 설이 전해온다.

 

 

▲당오름 자락에 넓게 분포하는 산담(무덤의 돌담)들.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에 기대 살다가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제주 사람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이승태

 

이름에 얽힌 여러 스토리
조선시대에 대정원님이 제주목을 다녀오다가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갈증을 풀었다고 해서 ‘원물’이라 하고 주변의 이 오름도 그에 기인해 원물오름이라 했다는 것. 또 조선말기 때 대정에서 제주로 가는 중간인 이곳에 쉬어갈 수 있는 국영여관이던 이왕원(梨往院)이 있었고, 원에서 이용하는 물이 오름 남쪽에 있어서 이름 붙었다는 것. 고려시대에 몽골족이 세운 원(元)나라가 이곳에 목장을 설치하고 산기슭의 물을 이용했기 때문에 원물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한자로는 원수악(院水岳)이다.

 

이처럼 오름의 이름까지 낳게 한 귀한 샘이던 원물은 예전엔 일대의 생명수였으나 상수도가 놓이며 외면되었고, 지금은 소나 말이 오가며 목을 축인다.

 

원물오름 트레킹을 위한 들머리가 이 ‘원물’이다. 원물 바로 옆에는 한국전쟁과 월남전 전몰용사들이 안장된 아담한 규모의 ‘안덕충혼묘지’가 있다. 연이어진 세 개의 웅덩이로 이뤄진 원물은 차례로 작아지다가 마지막 물웅덩이가 끝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흙길인 탐방로 주변으로 청미래덩굴과 찔레, 보리수가 많고, 완만한 오름 사면을 따라서는 소나무와 삼나무도 듬성듬성 보인다. 길은 오름 자락을 따라 얼마간 오른쪽으로 돌다가 이웃한 감낭오름과의 사이에 자리한 공동묘지가 보일 때쯤 왼쪽으로 꺾이며 정상으로 향한다. 이 일대는 온통 초지대다. 오름의 한 면 전체가 잔디와 키 작은 억새로 가득해 풍광이 더없이 편안하고 보기 좋다.

 

 

▲원물오름을 오르고 있는 오름꾼들. 드넓은 사면 전체가 잔디와 키 작은 억새로 덮여있어 걸음이 즐거운 곳이다.Ⓒ이승태

 

한없이 앉아 쉬고 싶은 오름 능선
들머리에서 정상부 능선까지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서쪽으로 분화구가 트이며 ‘U’자형을 이룬 초지대 능선에 서니 사방 조망이 장관이다.

 

남쪽으로 산방산과 형제섬, 송악산, 바굼지오름(단산)과 그 너머로 가파도도 보인다. 동쪽으로는 대비악과 영아리오름, 돌오름을 지나 한라산 백록담까지 높이를 더해가며 익숙한 제주의 하늘금이 펼쳐진다. 북서쪽은 그야말로 압권. 비슷한 높이의 당오름과 정물오름, 금오름이 겹쳐지고 그 뒤로 멀리 비양도가 얼굴을 내밀었다. 특히 당오름 남사면에 빼곡히 들어선 산담(무덤의 돌담)들이 눈길을 끈다. 서쪽으로도 오설록 뒤의 남송악(336m)과 서쪽 끝의 수월봉(78m)까지 훤하다. 아무데나 주저앉아 온 종일이라도 취하고 싶은 풍광이다.

 

원물오름 분화구 남쪽 능선엔 ‘고고리암’이라 부르는 바위가 있다. ‘고고리’는 ‘꼭지’ 또는 ‘과실의 줄기에 달린 곳’, ‘이삭’의 뜻을 가진 제주 방언이다.

 


▲정상에서 본 바굼지오름의 동쪽 능선. 역동적인 꺾어짐을 이어간 끝에 동봉이 뾰족하고, 멀리 산방산의 풍광이 시원하다.Ⓒ이승태

 

그대, 고독한 추사를 위로했던가!
-제주 오름의 이단아, 바굼지오름

 

서귀포시 안덕면의 화순금모래해변 끝자락에 우뚝 솟은 산방산은 제주 서남부 일대에서 가장 눈에 띠는 오름이다. 한 사냥꾼이 잘못 쏜 화살을 맞고 화가 난 옥황상제가 한라산 정상의 바위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산방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독특한 모양새로 인해 제주를 찾는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한두 장씩은 찍어 가는 관광명소기도 하다. 약간 떨어져서 이 산방산을 보노라면 산방산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작은 오름이 있으니 그것이 바굼지오름[단산]이다.

 

‘바굼지오름’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바구니’의 제주방언인 ‘바굼지’에서 왔다고 한다. 옛날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 이 오름이 바굼지만큼만 보였다는 전설에서 ‘바굼지오름’이라 불렸고, 나중에 소쿠리 단자를 써서 ‘단산(簞山)’이라 기록했던 것. 혹은 전체 모양이 박쥐를 닮아서 박쥐의 제주방언대로 ‘바구미오름’이라 부르던 것이 와전되어 바굼지오름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바굼지오름 정상(왼쪽)과 그 너머로 보이는 산방산. 정상 북사면은 깎아지른 절벽이다.Ⓒ이승태

 

골리앗 앞에 선 다윗처럼 당찬 산세
조선조 최악의 유배지였던 제주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꺼리던 곳이 바굼지오름이 있는 이곳 대정이다. 바람과 땅이 유달리 거칠어서 제주사람들조차도 ‘모슬포’를 ‘못살포’라 부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으니 이곳에서 8년의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김정희의 고통은 말해 무엇 할까? 추사의 적거지가 있던 안성에서 바굼지오름이 멀지 않다. 그가 바굼지오름 아래의 대정향교와 세미물을 자주 찾았다고 하니 그 걸음에 한두 번쯤은 바굼지오름도 올라보았을 테다. 그래서 어떤 이는 바굼지오름을 ‘추사의 산’이라고도 한다.

골리앗 앞에 선 다윗의 모양새가 딱 이랬겠다싶다. 바굼지오름이 산방산에 비해 덩치나 높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고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방산의 거대함에 절대 밀리지 않을 강력하고도 독특한 자태를 지녔다. 그 모습이 마치 거인 골리앗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소년 다윗 같다. 모슬포에서 일주서로를 따라 화순 방향으로 갈 때나 안덕면 중산간에 있는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전망대에서 보면 이 점은 특히 도드라진다.

 

바굼지오름은 정상의 높이가 158m로 단숨에 오르내릴 만큼 낮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암릉이 골격을 이뤄 오르내리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동봉 남쪽의 전망바위에서 본 사계리 들판. 그 끝 바다에 떠있는 형제섬이 아련하다.Ⓒ이승태

 

능선을 걸으며 최고의 조망 즐길 수 있어
오름 들머리는 크게 세 곳이다. 남서쪽 금산과의 사이 안부를 지나는 세미고개와 동쪽 암봉 아래, 그리고 북쪽에서 정상 동쪽 안부로 오르는 계단이 그것. 가장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코스는 주차장을 갖춘 남쪽 자락의 대정향교를 기점으로 삼고 단산사를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동쪽 암봉을 지나 내려선 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모두 3km쯤 된다.

 

바굼지오름 정상에서 만끽할 수 있는 조망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너무나도 멋진 모습의 제주가 그곳에 있다. 남쪽으로 형제섬과 가파도, 마라도를 품은 맑고 푸른 제주 바다가 송악산 앞으로 시원스레 펼쳐지고, 걷는 내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산방산은 감탄 그 자체다. 절벽을 이룬 북사면 아래로 인성리와 보성리의 크고 작은 밭들이 초록빛 조각보를 덧댄 듯 싱그럽고, 중간 중간의 샛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밭들은 금 조각을 뿌려놓은 것처럼 매혹적이다. 그 뒤로 끝이 없을 것 같은 평야지대와 그 지평선 끝에서 솟은 오름들이 그려내는 제주의 풍광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 모든 절경이 시작된 한라산까지, 그야말로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제주가 이 작은 오름에서 다 보인다.

 

정상에서 태극무늬를 그리며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매우 역동적이다. 산 이름처럼 박쥐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듯한 형국 그대로다. 그 끝의 동봉 너머로 산방산이 오버랩 되며 풍광은 더욱 신비감을 더한다. 그야말로 제주에서 쉬 만나기 힘든 생경스런 그림이다.

 

바위투성이인 동봉은 제주의 산악인들이 암벽훈련을 하던 곳으로,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고는 오를 수 없는 곳이다. 대신 남쪽 허리를 따라 줄이 매진 좁은 길이 나 있다. 몇 곳의 바위전망대가 나타나며 다리품을 쉬어가기도 좋다. 세미고개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동봉을 지나 내려서는 데는 2시간 남짓 걸린다.

 


▲석양 무렵,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전망대에서 본 산방산(왼쪽)과 바굼지오름Ⓒ이승태

 

오름학교 제2강은 2018년 1월 26(금)~27일(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월 26일(금)>
09:0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교통편 예약은 빠를수록 혜택이 많다고 하니 참고하시고,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주공항 집결 및 인원파악, 인사
-버스 탑승, 이동
-감낭오름 / 원물오름 트레킹
-점심식사
-정물오름 / 당오름 트레킹
-저녁식사 겸 뒤풀이
-숙소 이동 후 휴식, 취침(다인실)

 

<1월 27일(토)>
-아침식사
-바굼지오름 트레킹
-점심식사
-산방산 둘러보기
-제주공항으로 이동
16:00 제2강 마무리모임. 공항에서 해산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2강 <안덕의 오름> 순례 지도Ⓒ오름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보온 등산복·등산화·배낭(겨울 제주의 세찬 바람에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방수방풍의, 보온모자, 선글라스, 장갑, 보온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오름학교 제2강 참가비는 23만원입니다.(강의비, 4회 식사 겸 뒤풀이, 제주도내 교통비, 운영비 등 포함. 제주공항까지의 항공편 또는 배편 비용은 불포함). (참가비 송금계좌 국민은행 730601-04-041406 문화문 인문학습원) 버스 좌석은 참가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은 현재 화면 상․하단에 위치한 <참가신청> 아이콘을 누르시면 신청서 작성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회원 아니신 분은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 ▶회원가입 바로가기
▷참가문의는 전화 050-5609-5609번(월∼금요일 09:00∼18:00시. 공휴일은 제외), 또는 이메일 master@huschool.com을 이용해주세요.
▷참가신청 하신 후 참가비를 완납하시면 참가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간단한 참가신청방법 : 휴대폰 문자로 성명, 오름학교(1월), 그리고 가능하면 이메일 주소를 전화 010-5302-4256으로 보내주시면 바로 처리해드립니다(준회원 대우)^^
▷친구, 동창, 기업, 기관 등을 위한 오름학교 맞춤강의를 열어드립니다(문의 010-5302-4256)
▷오름학교 카페 http://cafe.naver.com/oreumschool 에도 꼭 놀러오세요.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 www.huschool.com을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 금감원의 보험사 개인정보 보안강화 규정으로 여행자보험 단체가입이 어렵고, 다른 보험에 가입한 경우 중복보장이 안 되는 등 실익이 크지 않아 여행자보험 가입을 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하신 분은 개인 가입을 하시고, 이동시 '안전'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관광버스는 보험 가입이 돼 있습니다.


* 화면 상, 하단에 위치한 <참가신청>아이콘을 누르시면 신청서 작성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 이 답사는 모든 일정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참가취소시에는 다음과 같은 환불규정이 적용됩니다.


- 출발 7일전 취소시 100% 환불

- 출발 6일전 취소시 90% 환불

- 출발 5일전 취소시 80% 환불

- 출발 3-4일전 취소시 70% 환불

- 출발 2일전 취소시 60% 환불

- 출발 1일전 취소시 50% 환불

- 출발 당일 취소시 환불 불가

 

* 학교별 최소 인원 미달시에는 휴강될 수 있으며 휴강시에는 참가비가 전액 환불됩니다.

 

학교소개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오름학교를 열며...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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